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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하루 만 보, 해 보니 잘 안 되더라|50대 부부의 건강 걷기, 몇 보면 될까

by 슬로우리치노트 2026.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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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하고 아내와 약속한 게 하나 있습니다. "매일 같이 걷자, 하루 만 보."
우리 아파트는 문만 나서면 바로 산책로로 이어집니다. 걷기에 이만한 환경이 없죠. 그런데 해 보니 만 보는 생각보다 잘 안 채워졌습니다.
그래서 만 보라는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 연구로는 몇 보면 되는지 찾아봤어요. 그리고 우리 부부가 요즘 실제로 걸음을 늘리는 방법도 같이 정리해 둡니다.

먼저 결론부터
· 만 보는 1960년대 일본 만보계 상품 이름에서 나온 숫자로, 연구로 정한 기준이 아닙니다
· 연구로는 60세 이상 6,000~8,000보, 60세 미만 8,000~10,000보쯤부터 효과가 더 늘지 않고 완만해집니다
· 2025년 종합 분석에서는 하루 7,000보만 걸어도 2,000보보다 사망 위험이 약 47% 낮았습니다
· 우리 부부의 방법: 운동하러 나가기보다 볼일을 걸어서 보기

문 열면 산책로인데, 만 보는 왜 어려울까

아파트 단지를 나서면 길이 바로 산책로로 이어집니다. 신도시 가운데를 흐르는 실개천을 따라 양쪽으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길게 나 있어요.

아파트에서 바로 이어지는 산책로 입구
아파트에서 바로 이어지는 산책로 입구

 

회암천 자전거도로 안내판과 산책로
회암천 자전거도로 안내판과 산책로

 

처음에는 정말 열심히 나갔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궂은 날이 있고, 이런저런 볼일에 시간을 뺏기는 날이 있고, 당일치기 나들이를 다녀오는 날도 있더라고요. "매일"이라는 약속은 그렇게 조금씩 느슨해졌습니다.

게다가 실개천 산책로를 부부가 한 번 왕복하면 5km 정도인데, 이걸 걸어도 만 보가 다 안 채워집니다. 만 보를 채우려면 하루에 한 시간 반 넘게 걸어야 하는 셈이에요. 환경은 최고인데도 매일 만 보는 쉽지 않았습니다.

옥정신도시 실개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옥정신도시 실개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하루 만 보, 어디서 나온 숫자일까

찾아보니 만 보는 연구에서 나온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1960년대 일본의 한 회사가 만든 걸음 수 측정기의 이름이 '만보계(万歩計)'였고, 이 이름이 그대로 목표처럼 퍼졌다고 해요. 도쿄 올림픽 무렵 걷기 붐과 함께 팔린 상품이었습니다.

하버드대 연구자 이민 리(I-Min Lee) 교수도 그 숫자가 처음 나왔을 때는 뒷받침하는 연구가 없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쉽게 말해 기억하기 좋은 숫자였던 거죠.


연구로 보면 하루 몇 보면 될까

최근 연구들은 만 보보다 조금 적은 숫자를 이야기합니다. 두 가지를 표로 정리했어요.

하루 몇 보면 될까, 연구로 본 걸음 수 비교표
하루 몇 보면 될까, 연구로 본 걸음 수 비교표

 

2022년 연구(Lancet Public Health, 15개 연구 약 4만 7천 명)에서는 걸음이 많을수록 사망 위험이 낮아지다가, 60세 이상은 6,000~8,000보, 60세 미만은 8,000~10,000보쯤에서 그 효과가 더 늘지 않고 완만해졌습니다. 걷는 속도보다 하루 전체 걸음 수가 더 중요해 보였다는 점도 눈에 띄었어요.

2025년 종합 분석(Lancet Public Health, 57개 연구)에서는 하루 7,000보를 걷는 사람이 2,000보를 걷는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약 47%, 치매 위험이 약 38% 낮았습니다. 그리고 7,000보를 넘어서면 더해지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해요.

50대인 저희 부부에게는 "만 보를 못 채웠다고 실패한 게 아니다"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다만 이건 걸음 수와 건강의 관련성을 본 연구라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무릎이나 허리가 불편하다면 걸음 수를 갑자기 늘리기 전에 의료기관과 상담하시는 게 좋습니다.


10월 27일, 빵 사러 나갔다가 9,328보

그러다 10월 27일 걸음 수를 보고 웃음이 났습니다. 운동하겠다고 마음먹은 날도 아닌데 9,328보가 찍혀 있었거든요.

그날 저녁, 아내와 산책 겸 오랜만에 맛있는 빵을 사러 산책로를 따라 중심상가까지 걸어갔습니다. 마침 큰딸에게서 초밥이 먹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운동하고 있던 막내까지 불러서 네 식구가 오랜만에 회전초밥집에 갔어요.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밥을 먹고 막내는 영어학원으로, 자전거를 타고 왔던 큰딸은 먼저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저와 아내는 다시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서 돌아왔고요.

10월 27일 휴대폰 걸음 수 9,328보 화면
10월 27일 휴대폰 걸음 수 9,328보 화면

 

휴대폰 걸음 수 화면을 보면 걸음이 저녁 5시부터 8시 사이에 몰려 있습니다. 운동복을 입고 나간 게 아니라 빵 사러, 밥 먹으러 걸어서 오간 것만으로 이만큼 걸은 거예요. 휴대폰에 목표를 8,000보로 정해 두었는데, 이날은 넉넉히 넘겼습니다.


우리 부부가 걸음을 늘리는 방법

매일 만 보는 못 지켰지만, 대신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① 볼일은 산책로로 걸어서
중심상가에 가거나 뭘 사러 갈 때는 되도록 산책로를 따라 걸어갑니다. 따로 운동 시간을 내지 않아도 걸음이 쌓여요.

② 산책로 중간 도서관에 들르기
산책로 중간에 도서관이 있어서, 걷다가 들러 책을 보기도 하고 빌려 오기도 합니다.

산책로 옆 도서관
산책로 옆 도서관

 

③ 운동보다 대화하는 산책
솔직히 저희 걷기는 숨이 찰 만큼 빠른 운동이라기보다 산책에 가깝습니다. 대신 걸으면서 이야기를 훨씬 많이 하게 됐어요. 집에서는 잘 안 나오던 이야기가 걷다 보면 나옵니다.

가을 호수 옆 산책로를 걷는 사람
가을 호수 옆 산책로를 걷는 사람

 

④ 길게 걷는 나들이
평소에 못 채운 걸음은 나들이로 채웁니다. 얼마 전 다녀온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길은 2시간 가까이 걸었는데, 산책 겸 운동으로 딱 좋았어요. 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자주 묻는 것

Q. 하루 만 보를 꼭 걸어야 하나요?
연구로 보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60세 이상은 6,000~8,000보, 60세 미만은 8,000~10,000보쯤부터 효과가 완만해졌어요. 지금 걷는 양보다 조금씩 늘리는 게 더 중요합니다.

Q. 빨리 걸어야 효과가 있나요?
2022년 연구에서는 걷는 속도보다 하루 전체 걸음 수와의 관련성이 더 뚜렷했습니다. 천천히 걷는 산책도 걸음 수로 쌓입니다.

Q. 한 번에 몰아서 걸어도 되나요?
저희처럼 볼일 보며 나눠 걸어도 하루 걸음 수로 함께 쌓입니다. 다만 평소보다 갑자기 많이 걸으면 무릎과 발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조금씩 늘려 가세요.


정리

하루 만 보는 좋은 목표지만, 못 채웠다고 실망할 숫자는 아니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만 보" 대신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은 걸어서"로 목표를 바꿨어요. 그렇게 했더니 오히려 만 보 가까이 걷는 날이 생겼습니다.

11월부터는 휴대폰으로 걸음 수를 기록해서, 한 달 동안 실제로 얼마나 걸었는지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 2026년 10월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연구 출처: Paluch 외, Lancet Public Health 2022 · Ding 외, Lancet Public Health 2025. 건강 상태에 따라 알맞은 걸음 수는 다를 수 있으니 의료기관과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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